다시 걷다
2026.03.28 Saturday· 작성자 박성민 목사· 조회수 18

운동은 하는 것도 어렵지만, 하기까지가 더 어렵다. 운동의 6~7할은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는 것이라 해도 틀린 말 같지 않다.
그래서 운동을 못했다. 게을렀다. 심지어 운동을 못 하는 동안 새 운동화를 샀음에도 가물에 콩 나듯 나섰다. 걸었다. 나는 운동 의지 박약자ㅠㅠ;;
몸이 자꾸 가라앉았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결국 다시 걷기로 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걸을지 계획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 미리 겁먹고 안 나갈 것 같아서 일단 무작정 나갔다.
공기가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다. 조금 힘을 내어 빨리 걸으면 상쾌할 수준… 그리고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없었다. 혹시라도 마주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
천변을 걸으며 오늘 묻어온 이 생각, 저 생각을 던져버린다. 내일 일은 내일이 걱정하도록 내팽개친다.
조금 더 걷다 보니 아들만 한 대형견을 만났다. 주인을 끌고 열심히 스트레스를 해소 중인 듯… 그놈 참 잘생겼다. 자세히 보니 저 모습이 내 모습인 것 같다. 예수님을 끌고 지금껏 삶을 걸어오며 이 말, 저 말 다 드렸다. 화 한 번 안 내시는 주님은 정말 용서의 달인b
가로등 빛에 나뭇가지가 흔들린다. 바라보니 조그만 뭔가가 열렸다. 막 개화를 준비하는 꽃봉오리들… 나도 모르게 봄이 다가오고 있었다. 뻥튀기 아줌마가 보인다. 하나 샀다. 입에 물고 다시 걸었다.
돌이켜 보니 이렇게 세상을 살아도 될 듯하다. 대단한 각오 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큰 준비 없이 일상을 살아가며, 아픈 말, 어려운 말 툭툭 털어 버리고, 뻥튀기 하나 입에 물듯 작은 기쁨에 만족하며, 주님과 함께 걷는 삶… 그래 봤자 하루고, 그래 봤자 오늘이다.
풀 수도 없는 걱정거리를 지고, 알 수도 없는 문제에 시달리며, 해결하지도 못할 마음에 묶여 사느니, 차라리 주님의 은혜에 묶여 주님의 멍에를 지고 오늘에 맡겨진 길을 걸어 나가는 것이 더 행복할 듯하다. 그게 진짜 믿음 아닐까?
잠깐 걷고는 너무 말이 많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