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비
2025.11.29 Saturday· 작성자 박성민 목사· 조회수 208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지난 26일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웡 푹 코트’라 불리는 이 아파트는 20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대단위 공공임대아파트였다.
사고 당시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외부에 설치된 그물망에서 발화되면서, 빠르게 불이 윗층으로 번져버렸다. 얼마 뒤 7개 동으로 불이 옮겨갔는데 갑작스런 화재로 대피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다. 현재 128명 사망, 200여명 실종, 말 그대로 참사다.
아직까지 화기가 가라앉지 않아서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가운데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이 중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 글이 있다. 바로 윌리엄 리의 페북글..
“창밖을 보니 불꽃과 뒤섞인 검은 눈송이 같은 잔해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절망의 비였다. 너무 잔혹해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짙은 연기보다 더 숨 막히게 한 것은 철저한 무력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기에 그냥 앉아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가 느꼈을 절망감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는 글이었다. 다행히 그는 화재 발생 후 1시간 뒤 구조되었다. 당시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생명이 귀중하고, 가족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글의 말미에 그는 자신을 위해 헌신한 소방관들과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보낸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감사의 글을 남겼다.
그의 글을 읽으며 두 가지 생각이 스쳤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 그리고 주위에 또 다른 절망의 비를 경험하는 분들이 있겠다는 생각... 비록 이번 화재 같은 참사는 아니겠지만, 삶 가운데 만난 갑작스러운 사고나 어려움으로 고통의 밤을 겪고 있는 영혼들이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교회는 그런 분들에게 절망의 불꽃 비가 아니라 희망의 은혜 비를 내리는 곳이어야 한다. 내가 아는 교회는 그렇다. 예배당 앞 성탄의 불꽃이 비처럼 내리고 있다. 그 불을 바라보며 마음은 더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