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가을을 맞이하여
2026.09.26 Saturday· 작성자 박성민 목사· 조회수 53

가을 하면 제일 처음 떠오르는 사자성어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일 것이다. 풀어보자면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뜻이다. 잘은 모르지만 가을의 풍요롭고 고즈넉한 느낌을 담아놓은 말 같다.
그런데 이 말의 뿌리를 따라가 보면 조금 다른 풍경이 나온다. 『한서(漢書)』에는 조충국이 황제에게 올린 글 가운데 “도추마비 변필기의(到秋馬肥 變必起矣)”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가을이 되어 말이 살찌면 반드시 변란이 일어날 것이다”라는 뜻이다. 가을이 되어 북방 유목민들이 강해지면 침입의 위험도 커지니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는 이 말을 풍요로운 가을을 나타내는 말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가을 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말이 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 날이 좋고 볕이 좋으니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이라는 말 같다. 하지만 이 말의 뿌리를 찾아가면 재미있다. 출처는 당나라 시인 한유의 글이다. 등화초가친 간편가권서(燈火稍可親 簡編可卷舒). 원문의 뉘앙스를 살리자면, 여름 더위가 물러가고 서늘해졌으니 등불 곁에서 이제 공부 좀 하라는 아빠의 잔소리다.
원래의 뜻과 우리가 받아들이는 뜻 사이에는 제법 거리가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마음속에 이미 ‘가을’이라는 밑그림이 그려져 있기 때문은 아닐가? 가을이 이런 계절이 되길 원하는 우리의 바람이 담겨 있는 것이다.
계절이 깊어가듯 마음도 깊어지고, 열매가 익어가듯 삶도 익어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최소한 일 년에 한 계절만큼은 그렇게 우리의 마음과 삶을 가꾸며 살아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가을에 이렇게 제안하려 한다. “깊은 가을, 깊게 살아보자.” 한마디 말을 하더라도 깊게, 사람 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깊게, 행동 하나 하더라고 깊게, 그리고 기도를 한번 하더라도 깊게...
그런데 “깊게”라는 말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말이다. 좀 더 직관적일 필요가 있다. 나는 깊음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한 번 더... 한 번 더 배려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해보고... 무엇보다 기도 가운데 주님의 뜻을 다시 한 번 여쭤보는 것... 그렇게 하려 한다. 여러분과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