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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볼 이유

2026.06.13 Saturday· 작성자 박성민 목사· 조회수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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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은 애초에 기대감이 별로 없었다. 대한축구협회의 해묵은 갈등과 감독 선정을 둘러싼 연이은 논란, 그리고 대표팀의 불안한 성적이 이미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확히 언제 시작하는지도 몰랐다. 이런 경우는 거의 처음인 듯하다. 심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식당에 들렀다. 갑자기 “와아~” 하고 터지는 함성. 뭔가 싶어 돌아봤더니 월드컵 골이었다. 1:0으로 뒤지던 한국팀이 만회골을 넣었다. 그리고 얼마 후 또 함성이 터졌다. 이번에는 역전골이다. 그렇게 기대에도 없던 첫 경기 승리를 따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기사들을 검색하였다. 이 극적인 골의 주인공은 오현규 선수... 무명에 가까운 25세 청년 공격수였다. 궁금함이 샘솟았다. 도대체 어떤 선수이길래. 사실 오현규 선수는 4년 전 카타르 월드컵 때 동행했던 경력이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유니폼에 이름도 번호도 없었다. 소위 ‘27번째 선수’라고 불리는 예비 선수였기 때문이다. 좋게 말해서 예비 선수지, 그냥 막말로 하면 만약을 위한 스페어였다. 볼 한 번 만져보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하는 길에 마음으로 다짐했다고 한다. 언젠가는 정식 선수로 그라운드를 밟겠다고... 오 선수의 가정은 넉넉지 못한 형편이었다. 축구팀 회비도 내기 힘들었다. 최선을 다해 볼을 찼지만, 그의 다짐은 먼 미래의 일 같았다. 하지만 그 일이 이루어졌다. 오 선수를 믿고 기다려 온 가족과 그를 기용한 감독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꿈같은 골을 넣었다. 경기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했다. 오 선수는 담담하게 이렇게 말했다. “남은 경기를 잘해서 부모님이 이제 가게 안 여셔도 되게 하고 싶습니다.” 나는 이런 이야기에 마음이 많이 끌린다. 아마 그것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어려운 시간을 버티고 견뎌 온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중첩되어 있기 때문이다.(더구나 교인이라고 한다^^) 월드컵을 다시 볼 이유가 생겼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많은 이들의 희망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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